관리자sep글쓰기
 
툴바 보기

notice

categories

분류 전체보기 (109)
Monologue (31)
Music (20)
Computer (1)
Photograph (12)
Game (2)
Animation (0)
Gunpla (5)
Scooter (36)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recent trackbacks

보조윈도우 감추기

links

      fotowall blackmind  rss
보조윈도우 보기/감추기

땅끝마을에서 완도로 가는 무시무시한 밤길


  으아, 완전 무시무시하다. 이렇게 깜깜할 줄이야! 불빛하나 없다. 서울에는 밤이라도 불이 많아 밤 주행 신경도 안썼는데, 이런 곳도 있었다. 연약한 헤드라이트 하나만 믿고 가는 수 밖에.. 장애물이나 함정 같은게 거의 안보이기 때문에 초저속, 초긴장 상태로 주행했다. 뒤에서 차나 오토바이가 와서 쳐박을까봐 비상등도 켜주셨다. 귀신이나 괴물이 나올 것을 대비해 준비해간 MP3P도 가동했다. 계속 고속주행이라 바람소리 때문에 MP3P는 거의 무용지물이었는데, 이럴 때는 유용하구나.

  몇 곡 듣다보니 fishmans의 walkin'이 나왔다.


  "ぼくらは步く~ いいとこだけ~ 何にも考えない~ いいとこだけだよ~♬"

  흐느적흐느적 달리며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으니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이 짜릿한 기분이다. 아! 정말 적절한 노래다. 이번 전국일주의 모토와 맞아 떨어지는구나. 이 곡을 전국일주의 주제가로 삼기로 했다.

[가사 보기]


  21:30. 밤길과 노래에 흠뻑 빠져서 스르륵가다보니 어느새 완도에 도착했다. 8230km. 완도에 들어서자마자 PC방과 김밥천국이 보였다. 너무 행복하다. 이때까지 길찾느라 시내서 시간 다 보낸 것 생각하면..

  김밥나라서 급히 밥을 쳐묵쳐묵했다. 참볶을 시켰는데 이모가 밥을 무진장 많이 주셨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터지기 직전까지 많이도 밀어넣었는데도 처음과 별반 다름 없는 모습의 참볶.. 완전 패배했다. 미안한 마음에, 열심히 먹었는데 양이 전혀 줄지 않네요 이거 무슨 마법의 참볶인가여라는 궁색한 변명을 하며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나왔다. 

  PC방에서 이것저것 하다가 찜질방 위치와 내일 진행방향으로의 지도를 살펴보는데.. 문제가 생겼다.



  전에 대충 지도를 보면서,

  '해남-완도로 간 다음에, 완도에서 신지도, 고금도를 거쳐 장흥쪽으로 빠지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네이버 지도였다. 잘보면 신지도와 고금도는 실같은 길로 이어져 있는 것 처럼 표시되어 있는데, 다음 지도에서 보니 길이 없는 것이었다. 악, 뭐야?! 위성사진으로 보니 실제로는 길이 없다. 낭패다. 다른 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왔던길을 돌아가는 방법 밖에는 없단 말인가? 한 번 갔던 곳은 안가기로 했건만.. 알고 왔었다고 해도 별 수 없었겠지. 오다가 자동차 전용도로를 몇 번 탄 것 같은데, 내일 또 지나야 할 것 같으니 걱정이다.

  좋다는 찜질방을 찾아서 왔더니, 이 뭐 별로다. 그냥 동네 목욕탕을 개조한 듯 하다. 그래도 사람 없고 조용해서 좋긴하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이제 손이 무지 아프다. 원래 장갑을 하나 사오려고 했는데, 예쁜 장갑을 못찾아서 그냥 맨손으로 왔더니 이 모양이다. 목장갑이라도 하나 사서 낄까하는 충동이 강하게 든다. 다음에 장거리 여행을 가게 되면 후진 장갑이라도 꼭 챙겨가야 되겠다.

  피곤하여 12시 쯤 급 취침.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나주에서 13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쭉 내려가서 해남으로 가기로 했다. 30분 정도 가다가 영암에서 잠깐 쉬고 빡시게 가려는데 기름이 거의 다 떨어졌다. 가면서 넣으면 되겠지 뭐 했는데 자꾸 반대쪽에만 주유소가 나온다. 아, 긴장된다. 다행히 성전면에 주유소가 있어서 기름을 넣고 다시 출발했다.

  성전을 지나니 곧 해남이라는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아, 드디어 말로만 듣던 해남인가! 주변 풍경도 왠지 달라보이는 것 같다. 차도 한 대도 보이지 않고 길은 쾌적하다. 나만 혼자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괜히 두근두근 거린다.

  18:00. 해남군 도착. 8138km.

  일단 해남군에는 도착했는데, 지도를 보니 땅끝마을까지는 또 꽤 가야된다. 해남에만 오면 다 끝난 줄 알았더니 아니었구나. 목이 너무 말라서 근처 슈퍼에 들려 음료수를 하나 샀다.


  마시면서 동네를 서성이다 보니 복권집이 보였다. 땅끝 로또 안사줄 수 없지. 해남 자동으로 5천원치 주세요. 서울서 작은 스쿠터를 타고 온게 신기하셨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자기 아들도 뭐라고 뭐라고 하셨는데 기억이 안나네.. 아무튼 친절하게 근처 숙소랑 뭐랑 가르쳐주셨다. 로또 1등 당첨돼서 친절에 보답하리라(했는데 개꽝이었음).
  
  음료수 한 캔 마셨더니 조금 기력이 회복되는 것 같다. 어두워지기 전에 땅끝으로 가야되니 빨리 가보자. 어차피 구름이 완전 다 뒤덮어서 땅끝가봐야 흐리멍텅한 바다밖에 안보일 것 같지만..

  18:25. 땅끝 마을로 출발.

  한참 가다보니 정신이 나갔는지 어느샌가 또 이상한 길로 가고 있었다. 정상적으로 가도 시간이 빠듯한데, 이게 무슨 짓인가. 그런데 갑자기..!
  

  구름이 스르륵 걷히면서 세상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비가 좍좍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시커먼 하늘이었는데, 갑자기 해가 보이려고 하고 있다. SPECTACLE!!


  이쯤되면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가 없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미친듯이 비명을 지르며 땅끝마을을 향해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해 질 무렵의 땅끝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괴상한 길로만 안왔어도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았을 텐데. 제발 해야, 조금만 더 천천히 떨어져다오..

  기분이 완전 업됐다. 이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날 줄이야! 장마기간인데다가, 여기저기 미친듯이 비가 오고 있다고 하는데 이 무슨 일인가. 머리 끝까지 신이 나서 노래까지 부르고 있다.


  가다보니 해변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아오, 안그래도 급한데 웬 해변이람.. 순간 그냥 갈 까, 아니면 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 갈까 고민했다. 땅끝까지 갔다가 어두컴컴해지면 밝은 바다를 못 찍을 것 같은 마음에 급히 셔터를 누르고 가기로 했다.


  혼자 신나서 큭큭 뛰어다니며 급 사진을 찍은 다음에 다시 땅끝으로 출발. 여행이 이렇게 신나는 거였다니. 미처 몰랐습니다.


  아, 급해 죽겠는데 가는 곳 마다 풍경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자꾸만 사진기를 꺼내놓으라며 난리다. 카메라를 트렁크에 넣고 다녀서, 사진 한 장 찍으려면 차 세우고 내려서 시동 끄고 트렁크 열고 카메라 꺼내서 찍고 넣고 닫고 아무튼 완전 귀찮다. 그래서 웬만하면 눈으로만 만족하고 지나가는데, 지금은 매우 하이라서 어쩔 수 없다. 찍고 가야지.


  19:30. 땅끝마을 도착. 8188km.

  드디어 1시간이나 걸려서 땅끝마을에 도착했다(30km정도면 오는 거린데 무슨 50km나..). 말로만 듣던 땅끝마을에 직접 와보다니.. 사실 첫 인상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오다 보니 이런저런 가게들이 난잡하게 많이 모여있어서 분위기가 영 아니었던 탓이다. 그냥 사람이 사는 집 같은 곳에도 간판만 달고 먹을 것을 팔고 있으니 말 다했다.

  아무튼 땅끝에 도착하긴했는데 어디가 진짜 땅끝인지 모르겠다. 진정한 땅끝이 어딘가 있을 것만 같다. 설마 여기가 그냥 다 땅끝입니다, 는 아니겠지.


  포토존이 있었는데, 뭐를 어떻게 찍으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 찍는건가? 아닌것 같은데.. 아무튼 포토존이라길래 포토질 해줬다.


  배도 여러대 있었다. 땅끝5호를 타고 리얼 땅끝까지 가봤으면 싶었다.

  뒷쪽으로 진정한 땅끝으로 가는것이라 추정되는 길이 있길래 올라가봤다. 앗, 모노레일이다! 하지만 장사를 안하네요. 평일 늦은시간이라 그런가.. 가방은 무거워서 어깨가 빠지려고 해서 모노레일을 타고 가려했는데 실패다. 그래서 그냥 걸어가보기로 했다. 가다보니 출입금지 지역이라고 써있는 곳이 있어서 출입을 해보았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실망하고 다시 나왔다. 나오는 길에 붙어있는 안내판.

  '전망대까지 도보로 40분'

  GG! 이미 날은 거의 어두워져서, 땅끝 낙조 따위는 볼 수도 없다. 거기다 이노무 가방은 어찌나 무거운지 도저히 들고 40분, 왕복 1시간 20분을 버텨 낼 자신이 없다. 그리고 거기 간다고 해도 리얼 땅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다시 후퇴.


  분명히 땅끝이 이쪽이라고 화살표가 돼 있는데.. 트럭이 땅끝인가? 어디야 도대체, 애매하게시리. 아무래도 거의 땅끝까지만 가본 것 같아 뒤돌아 가는 길이 찝찝했다.


  빈 손으로 가기 뭐해서, 기념품으로 땅끝 탑(등대? 뭐지? 아무튼)을 차에 싣고 가기로 했다.

  어느새 거의 깜깜해져서 바닥이 잘 안보일 정도가 되었다. 조금만 가면 바다로 퐁당해서 사망하게 되는 곳에서 사진찍으며 장난질 치고 있을래니 무서웠다.

  오늘의 목표인 땅끝도 찍었겠다, 이제 숙소로 갈 차례다. 완도에 찜질방이 좀 있다기에 거기로 가기로 했다. 어젯밤과는 비교도 안되는 밤길이 시작될테니 긴장 잔뜩해야겠다.

  20:15. '끝에서 다시 시작이다!' 같은 감상에는 1g도 젖지 않고 바로 완도로 출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나주로 가려면 13번 국도를 타야하는데 이게 광주에 걸쳐있다. 왠만하면 안가려고 했는데 그래도 외곽인 편이라 괜찮지 싶어서 그냥 가기로 했다. 그랬는데 역시 광주는 광주다. 신호도 무지 많고, 차도 무지 많다. 한동안 사람도 차도 없는 한적한 곳만 쌩쌩 달리다가 갑자기 복잡해지니 답답하다. 역시 대도시 근처는 안가는게 상책인 것 같다.

  광주를 벗어나니 다행히 다시 한산해졌다. 그래서 다시 쌩쌩 달렸다. (다녀와서 노트에 보니 무슨 터널에서 120km로 미친듯이 달렸다고 적혀있는데, 다녀와서 지도를 찾아보니 터널이 없다. ??) 광주에서 받은 짜증이 다 날라갔다.


  16:15. 나주 도착. 8071km.

  대책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밥을 제때 안먹어서 배가 너무 고프다. 일단 나주에서 위장에 뭔가 넣고 가기로 했다. 타지에 가게되면 식당이 많은 곳이나 번화가를 모른다. 그렇다고 아무곳이나 헤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느낌상 대개 시청이나 터미널, 역 근처에 번화가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아니더라고 밥집은 꽤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시청으로 가보기로 결정.

  아, 젠장. 실패다. 아무것도 없다. 시청 옆에서는 어떤 단체가 시위를 하고 있고, 밥집떼는 안보였다. 그냥 돌아가려고 하다가 다른 사람들 여행기에서 시청 인증샷을 많이 봤던 기억이 났다. 나도 한 번 따라 해보고 가기로 했다. 마침 시청이 공사중이라 보기가 좀 안좋았던게 아쉽다. 노래부르고 구호외치고 하는 사람들에게 사진 부탁하기가 좀 그래서 내 사진은 못 찍었다.

  이제 시청은 물건너 갔으니 터미널과 기차역이 남았다. 나주역이 시청에서 가까운지라 거기로 가보기로 했다. 거기는 뭔가 있겠지.


  나주역 도착! 아, 배가 찢어질 것 같다. 식당은?


  으아아아앜! 허허벌판! 허무하다. 시청, 기차역, 터미널의 법칙은 어떻게 된 것인가..


  기차역 앞에 나주 관광안내도가 있길래 밥집을 찾아보고 가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나주배가 유명했구나. 관광안내도가 배 모양으로 돼있는것을 보고 눈치챘다. 안내도를 뒤져보니 곰탕거리가 있었다. 나주곰탕! 맞다. 나주하면 곰탕이 아니었던가! 곰탕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벌써부터 침이 질질 나온다.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안내도를 자세히 안보고 갔더니 길을 도대체 찾을 수가 없다. 안내도가 무슨 만화처럼 그려져 있어서 못찾는 걸거라며 한참을 헤맸다. 결국 근처 할아버지에게 도움 요청. 매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사실 빨리 밥먹어야 되는데 몇 번이고 반복설명을 해주셔서 안달이 나긴 했다. 하지만 차마 말을 끊지는 못했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드디어 밥집으로 출발.
  

  힘들게 찾아왔다. 아무래도 곰탕 거리다 보니 곰탕집이 많아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기로 했다. 급해서 대충 보니 하얀집이 유명한거 같아서 여기로 가기로 했다. 무려 곰탕의 원조집인데다가 3대째라니!


  밥시간이 훨씬 지나서인지 손님이 없었다. 식당 아주머니들께서 식사를 하고 계셔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도 먹고 살아야 하니 바로 주문을 했다. 거울에는 원조집 지정업소들이 나와 있었는데, 곰탕은 여기 하얀집이 원조집으로 지정이 되었단다.


  주문을 하자마자 아주머니께서 솥에서 펄펄 끓고 있는 곰탕을 퍼다가 금방 갖다주셨다. 바로바로 나와서 정말 좋구나.


  곰탕이라고 해서 뽀얀 국물을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갈비탕 처럼 다소 맑은 국물이 나왔다.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순간 '아, 이게 뭔가요' 하며 급히 한 숟갈 떠먹어보는데..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앟!!

  맛있다! 여태껏 먹어본 그 어떤 곰탕과 비교할 수 없는 그런 맛이다. 거기다 6,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고기는 뭐이리 가득 들어 있는것이냐! 깍두기와 김치 또한 맛있음! 환장한다, 아주.

  미친듯이 뚝딱 다 처먹었다. 이때까지 받은 스트레스가 한 방에 다 날아가는 그런 맛이었다. 다음에 곰탕 먹으러 다시 나주를 들려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마구 든다.

  아, 이제 배도 부르니 여유롭게 다음 목적지를 물색할 때가 왔다. 목포는 꼭 가보고 싶었는데, 나주에서 너무 가까워 지금 가자니 시간이 너무 이르다. 그렇다고 해남 땅끝마을을 가자니 시간이 너무 빠듯할 것 같다. 고민을 좀 하다 결국 해남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빡시게 달리면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곰탕의 힘으로 가면 충분히 가능 할 듯하다. 가보자!

  16:45. 땅끝마을을 향해 영암쪽으로 출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이전 1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