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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윈도우 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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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윈도우 보기/감추기
  가다가 기름이 거의 다 떨어져 큰일날 뻔 했다. 주유소는 죄다 반대쪽에만 나오는지.. 중간에 길을 잠시 빠져나가 겨우 기름을 넣었다. 미리 주유소를 확인하고 가야 안전할 것 같다.

  9:50. 8324km. 보성다원 도착.

  보성에 왔으니 그 유명한 녹차밭이라도 보고 가야겠다 싶었다. 다행히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중간에 무슨 다원, 무슨 다원이라고 되어 있어서 잠깐 헷갈려하다가 대한다원으로 갔는데, 여기가 제일 유명하다고 해서 안심했다.

  사진으로 많이 접한, 위에서 녹차밭을 내려다 보는 풍경을 보려면 걸어서 쭉 올라가야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주차관리하는 아저씨에게 여쭈어보니 그렇다고 하셨다. 얼마나 걸리냐고 했더니 30분 정도면 된다고 하신다. 그리 오래걸리지는 않는데 괜찮을라나.. 고민하다가 한 번 가보기로 결정. 짐은 들고 가기가 불편하여 아저씨께 짐 좀 잘 봐달라는 부탁을 하고 오토바이 위에 그냥 올려두었다. 다음에는 꼭 배낭을 메고 와야지.

  입구부터 온통 초록빛에다가 아무튼 공기와 향기가 다른 곳과 달랐다. 좋은 곳이구나. 입장권을 구입하고 본격 입장.

  그런데 밑에서 녹차밭을 올려다 보니.. 이거 전혀 30분으로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만만한 높이가 아닌데 이거..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여행 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은 처음이다. 어디를 가든 한산하고 조용했었는데, 오랜만에 사람냄새를 맡으니 반갑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하고 그랬다.
 
  날씨도 무지 덥고, 습습하고 해서 땀이 막 났다. 생각보다 더 경사가 져서 올라가느라 힘들었지만 이왕 온 김에 꼭대기까지는 올라가자 싶어서 열심히 올라갔다.


  뭐가 녹차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록색의 뭔가가 무지 많은걸로 봐서 이게 뭔가 녹차가 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상식이 너무 부족하구나.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만지고 이러는 녹차도 상품화가 되는지 궁금하다.


  올라가다 보니 탱크가 보였다. 약품 같은 것을 넣어놓고 다원 전체에 자동으로 공금해주는 시스템인가? 대놓고 노출시켜놓은 걸 보면 나쁜 약품은 아니겠지. 궁금해서 찍어봤음. (아시는 분은 댓글로 가르쳐 주시면 감사)

  내 뒤에 여자 두 명이 조잘조잘대며 따라 올라오고 있었다.

  "야, 이 사람 바지 봐바라."

  "왜?"

  "태양열 충전하는거 같다."

  "야, 다 들리겠다.. ㅋㅋㅋ"

  "ㅋㅋㅋ"

  그래, 다 들었다.. 니네들의 상상력에 감탄한다. 체크 바지 처음 봄?


  아.. 열심히도 올라왔다.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다 사진 찍는다 분주해서 앉아 쉬기도 힘들다. 그래도 구석에 가만히 서 있으니 바람도 살살 불어오고 시원했다.

  인기 출사지라 그런지 좋은 카메라 들고 온 사람들도 보이고, 아예 모델 대동해서 오신 대규모의 그룹도 보였다. 유명 사진 갤러리 등에서 보성녹차밭 사진을 볼 때면 감탄을 하곤 했었는데, 막상 내가 찍어보려니 어디서 뭘 찍어야 그런 사진이 나오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열심히 찍긴 했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안나와서 안타깝다.

  올라와서 바람쐬며 멍때리고 있자니 밑에서 아까 그 두 여자가 올라온다. 막 주위를 둘러보더니 내 눈치를 본다. 내가 제일 만만하니 사진 찍어주기를 부탁하고 싶은데 아까 그 일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것일 터. 계속 쳐다보니까 결국 말을 건다. 찍어달라고. 필카였으면 얼굴을 잘라버렸겠지만, 디카라서 참았다. 그래도 무릎까지 꿇어가며 봉사하듯이 사진을 잘 찍어줬음.

  "사진 찍어드릴까요?"

  웬 추리한 몰골의 사람이 혼자서 땀 흘리며 이런데 놀러와 서 있는게 안쓰러웠나 보다. 사진 한 장 부탁하기 쑥쓰러워 혼자서 끙끙대던차에 잘됐다. 바로 콜.

  독사진도 찍었으니 이제 내려가자..



이것이 녹차잎인가?




웬 녹차 무덤




  내려오다 보니 상점이 있었다. 기념품도 팔고 있고, 음료수도 팔고 있었다. 녹차 과자 같은거 하나 사들고 가고 싶었는데, 양이 너무 많아 짐이 될 것 같아서 관뒀다. 대신 녹차 음료나 하나 마셔보기로.


  녹차 라떼! 너무 맛있다! 날씨도 덥고, 갈증도 심했던 상태라서 그렇게 느낀 것일 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맛있다. 다음에 오면 또 마실거임.


  짐을 지켜주신 아저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와보니 옆에 오토바이가 한 대 더 생겨있었다. 뭔가 좋아보인다. 이런걸로 다니면 스쿠터랑은 또 다른 재미가 있겠지.


  가까이 가서 보니 지도 보기를 매우 편하게 해놓으셨다. 부럽다! 그에 비해 나는..


  지도 한 번 볼라치면 시동 끄고 내려서 가방 들고 트렁크 열어서 지도 뺀 다음 가방을 트렁크 위에 올리고 지도를 가방 위에 올려두고 봐야 함. 바람이라도 불면 환장함.

  시계를 보니 1시간 20분이나 걸렸다. 30분이라고 하신게 편도 30분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래도 올라가보길 잘했다. 괜찮네.

  고흥으로 갈까하다 그냥 순천으로 바로 가기로 했다.

  11:15. 순천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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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0. 기상.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 자다 깨다 하다 결국 잠을 포기했다. 일찍 출발하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 괜찮다.

  씻고나와 짐을 정리했다. 이것저것 정리하며 찜질방에 계신 아저씨와 잠깐 얘기를 나누었다(기보다 일방적으로 청취했음).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퀵 하루 300km 설' - 예전에 퀵 배달 하셨다고 하시면서, 하루에 300km 이상 달렸다고 하셨다. 이틀 평균 하루종일 빡시게 달린게 300km 정도인데, 이걸 매일 하셨다니.. 시내에서 달리면 더 피곤할텐데! 대단하십니다, 퀵 아저씨들.

  '매일 오일 교환설' - 퀵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오토바이가 생명이고 밥줄이기 때문에 관리를 잘 해야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매일매일 엔진오일을 갈아줘야 된다고 하셨다. 출발하기 전에 오일 갈고 지금 600km정도 왔다고 하니 빨리 갈아야 된다고 하셨음. 그래도 한 1,000km 쯤 되면 갈겠습니다.

  '하버드 비(非)행복설' - 하버드 대학 나오고 성공해서 돈 많이 벌고 했다고 과연 행복한가?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더 불행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하셨음. 그 이후로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음. 어쨌든 간에 돈은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하다못해 빚은 갚아야 될거 아냐..

찜질방 앞에서. 오늘도 구름이 많다.


  7;05. 출발.

  완도를 벗어나야하니 우선 강진으로 가보기로 한다.

완도 해변을 따라가다 본 어느 작은 섬(?)




완도를 벗어나는 중




강진버스여객터미널 근처


  8:10. 강진 버스여객터미널 도착. 8282km.

  지도 안보고 그냥 왔다. 우리나라 교통표지판은 참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막상 오고나서 보니 배타고 넘어갈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배에 오토바이 실어본 적도 없을 뿐더러, 아예 배를 탄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됐으니 사실은 조금 겁이 났던 것도 있다. 배 시간도 모르니 어쩌면 한참 기다려야 됐을지도 모른다. 잘됐다, 뭐.

  배가 고파서 근처에 식당을 살펴보니 만만한 곳이 없다. 터미널 안 분식집에서 간단히 하나 먹고 가기로 했다.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가게에 재료가 마땅히 없었다. 그래서 라면이나 하나 시켜 먹었다.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런지 조금 피로해서 평소보다 조금 더 쉬다 가기로 했다. 쉬는 김에 이것저것 청소도 하기로 했다. 헬멧 실드도 더럽고 시트도 더럽고 카울도 진작에 더러워졌는데 계속 다음으로 미루어 왔던 차였다.

  터미널에서 쉬고 있자니 여러가지 사정이 많았다. 엄마와 터미널에서 싸우고 버스를 타지않으려는 딸, 아들이 서울 병원에 입원해서 급히 버스를 타고 가는 부모, 애인을 만나러 가는 아가씨의 모습을 보며 한가로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시간이 잘도 흘러갔다(각종 사정들을 엿들으려고 했던 건 절대 아님).

  근처에 영랑생가가 있는 것 같았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교과서에서 본 적 있다. 오늘도 어제들과 같이 비가 온다고 하니 서둘러야 하겠다. 느긋하게 가야될 것 같은데 자꾸만 서두르게 된다.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영랑생가는 패스다. 이런 나름 의미있는 곳이나 유명 관광지, 명소들을 들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것도 좋지만 단순히 별 목표도 없이 그냥 달리는 여행도 괜찮은 것 같다. 떠났다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라고 수첩에 써놨는데 손발이 오글오글)

  9:10. 보성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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