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 전국일주기 - 셋째 날; 남해, 상주해수욕장 Scooter
2010/02/08 02:30
광양을 벗어나는 도중에 몇 번이나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무슨 도로에 그렇게 함정이 많은지.. 거기다 바람도 거칠게 불어서, 함정 피하랴 바람때문에 휘청이는 거 신경쓰랴 아주 몸에 힘을 잔뜩 주고 긴장하면서 갈 수 밖에 없었다.
한 번은 사거리 가운데서 함정을 만나 몸이 튕겨져 날라갈 뻔 했다. 사거리 직전에서 아슬아슬하게 신호에 걸려 대기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초록불이라서 계속 달렸다면 큰 사고를 당할 뻔 했다.
만약에 일정이 바뀌어서 밤에 이 곳을 지났었더라면 뒤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남해에 거의 도착하여 본격 남해대교를 지나가게 되었다. 짧은 오르막을 올라가며 우회전을 하니 남해대교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멋지다! 이때까지 지나온 대교 중에 가장 멋진 다리다. 차가 많이 다녀서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한게 아쉽다.
다리는 멋진데 물이 더러워서 아쉬웠다.
가다보니 거북선 모양을 한 건물이 보였다. 이순신 장군이랑 뭔가 관련이 있는 곳인가 보다.
15:05. 남해 도착. 8452km.
시내는 아담했다. 학교 마치고 놀러나온 교복 여중생 무리들이 많이 보여 좋았다. 얼마만에 보는 파릇파릇한 새싹들인가!
배는 고픈데 딱히 땡기는 밥집이 안보였다. 김밥지옥류는 피하고 싶었다. 시내 돌아다니면서 봐뒀던 롯데리아에서 오랜만에 햄버거나 한 입 하기로 했다.
창 밖으로 Sputnik-12(스쿠터 이름임..)가 보인다. 너무 오래동안 별로 쉬지도 못하고 계속 내달려서 뻗는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무사히 잘 와줘서 새삼 대견하다.
식사도 하고 세수도 하고 친구와 전화도 하면서 휴식 시간을 즐겼다. 다시 출발하려니 밥을 먹었는데도 몸에 힘이 별로 안들어가고 축축 처진다. 벌써부터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도 정신차리고 가야지.
지도를 보니 근처에 해수욕장이 있길래 들렸다 가기로 했다. 비키니! 흐흐..
16:25. 상주해수욕장 도착. 8475km.
이게 뭐야! 썰렁하다! 기대했던 풍경과는 거리가 너무나도 멀었다. 비키니는 커녕 예쁜 아가씨 한 명 찾기조차 힘들다. 날씨가 후져서 사람들이 많이 안나온 것 같다.
이왕 해수욕장 왔으니 바다에 발이라도 담글고 갈까 했지만, 가방이 너무 불편하여 포기했다.
딱히 볼거리도 없고 해서 바로 다시 나왔다.
'상주은모래비치'라고 해서 은색 세계를 기대하며 왔더니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송림은 꽤 괜찮았다.
주차해놓은 곳에 돌아와보니 할리, 대형 BMW 오토바이 오너들이 대거 모여있었다. 단체로 우빵잡으면서 여행하시는 듯. 간지가 아주 좔좔좔좔 넘칩니다. 애고 어른이고 암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들 그 그룹에 시선집중. 단체로 시동을 거니 엔진 소리에 땅이 다 떨리는 듯. 덜덜덜덜덜.. 다들 나이도 꽤 있으시던데 그래서 더 멋있었다.
덕분에 바로 옆에 있던 내 스쿠터로는 쪽팔려서 접근도 못 할 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떠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다. 하필 제일 젊어 보이는 자의 BMW 오토바이가 시동이 안걸린다. 빨리 떠나고 사람들의 시선이 없어져야 나도 갈거 아니냐.. 미치겠다.
외곽 벤치에라도 앉을랬더니 양아치 아가씨들이 떼거지로 모여있다. 얼굴은 중학생 쯤 되어보이는 앳된 애들이, 하고 다니는 꼬라지는 나가요다. 여기저기 전화를 하며 남자 낚으려고 한창이신 듯(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음). 아무튼 얘네 무서워서 벤치로도 못가겠고.. 진퇴양난이다.
담배라도 피우며 이리저리 배회하고 왔더니 드디어 시동이 걸려서 다들 출발하셨다. 조금 더 기다렸다 사람들의 관심히 흩어진 틈을 타서 나도 급히 지도를 보고 도망치듯 출발. 멀리까지 와서 괜히 오바해서 부끄러움질이다.
16:55. 고성으로.
오르막을 올라가다보니 해수욕장이 한 눈에 보였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좀 볼만하다.
높은 곳에서 보는 바다는 참 매력적이다. 작은 마을이라도 있어주면 더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