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 전국일주기 - 둘째 날; 완도 Scooter
2009/11/19 21:36
으아, 완전 무시무시하다. 이렇게 깜깜할 줄이야! 불빛하나 없다. 서울에는 밤이라도 불이 많아 밤 주행 신경도 안썼는데, 이런 곳도 있었다. 연약한 헤드라이트 하나만 믿고 가는 수 밖에.. 장애물이나 함정 같은게 거의 안보이기 때문에 초저속, 초긴장 상태로 주행했다. 뒤에서 차나 오토바이가 와서 쳐박을까봐 비상등도 켜주셨다. 귀신이나 괴물이 나올 것을 대비해 준비해간 MP3P도 가동했다. 계속 고속주행이라 바람소리 때문에 MP3P는 거의 무용지물이었는데, 이럴 때는 유용하구나.
몇 곡 듣다보니 fishmans의 walkin'이 나왔다.
"ぼくらは步く~ いいとこだけ~ 何にも考えない~ いいとこだけだよ~♬"
흐느적흐느적 달리며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으니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이 짜릿한 기분이다. 아! 정말 적절한 노래다. 이번 전국일주의 모토와 맞아 떨어지는구나. 이 곡을 전국일주의 주제가로 삼기로 했다.
[가사 보기]
21:30. 밤길과 노래에 흠뻑 빠져서 스르륵가다보니 어느새 완도에 도착했다. 8230km. 완도에 들어서자마자 PC방과 김밥천국이 보였다. 너무 행복하다. 이때까지 길찾느라 시내서 시간 다 보낸 것 생각하면..
김밥나라서 급히 밥을 쳐묵쳐묵했다. 참볶을 시켰는데 이모가 밥을 무진장 많이 주셨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터지기 직전까지 많이도 밀어넣었는데도 처음과 별반 다름 없는 모습의 참볶.. 완전 패배했다. 미안한 마음에, 열심히 먹었는데 양이 전혀 줄지 않네요 이거 무슨 마법의 참볶인가여라는 궁색한 변명을 하며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나왔다.
PC방에서 이것저것 하다가 찜질방 위치와 내일 진행방향으로의 지도를 살펴보는데.. 문제가 생겼다.
전에 대충 지도를 보면서,
'해남-완도로 간 다음에, 완도에서 신지도, 고금도를 거쳐 장흥쪽으로 빠지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네이버 지도였다. 잘보면 신지도와 고금도는 실같은 길로 이어져 있는 것 처럼 표시되어 있는데, 다음 지도에서 보니 길이 없는 것이었다. 악, 뭐야?! 위성사진으로 보니 실제로는 길이 없다. 낭패다. 다른 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왔던길을 돌아가는 방법 밖에는 없단 말인가? 한 번 갔던 곳은 안가기로 했건만.. 알고 왔었다고 해도 별 수 없었겠지. 오다가 자동차 전용도로를 몇 번 탄 것 같은데, 내일 또 지나야 할 것 같으니 걱정이다.
좋다는 찜질방을 찾아서 왔더니, 이 뭐 별로다. 그냥 동네 목욕탕을 개조한 듯 하다. 그래도 사람 없고 조용해서 좋긴하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이제 손이 무지 아프다. 원래 장갑을 하나 사오려고 했는데, 예쁜 장갑을 못찾아서 그냥 맨손으로 왔더니 이 모양이다. 목장갑이라도 하나 사서 낄까하는 충동이 강하게 든다. 다음에 장거리 여행을 가게 되면 후진 장갑이라도 꼭 챙겨가야 되겠다.
피곤하여 12시 쯤 급 취침.























